서울시는 19일 제5차 주민투표청구심의회를 열고 무상급식 주민투표안을 확정했다. 시민들이 보는 투표용지에는 ▲소득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 무상급식 실시 ▲소득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2011년), 중학교(2012년)에서 전면적으로 무상급식 실시' 등 두 가지 문구를 넣기로 했다.
주민투표는 8월 23~25일 사이에 치러질 예정이나 24일이 유력해 보인다. 하지만 민주당은 주민투표 청구 수리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나중에 정식 재판으로 넘어가 최종 결론이 나올때까지 주민투표는 유보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주민투표를 실시해도 현실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투표율이 33%에 미달되면 주민투표 논란은 180억의 세금을 낭비하고 없었던 일이 된다. 설령 33%의 투표율을 넘겨 투표함이 개봉된다 하더라도 승패를 떠나 서울시는 교육청의 무상급식을 강제로 저지할 방법이 없다. 이는 무상급식 사업의 권한 문제인데, 주민투표법 제7조는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을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는 사항으로 명기하고 있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 1월 서울시의회의 무상급식 지원 조례안이 '법령에 위배된다'며 대법원에 '조례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오 시장측은 소장에서 "학교급식사무의 집행기관은 시장이 아니라 교육감"이라고 명시했다.
또 "조례안은 지자체가 급식경비 전부를 부담하도록 규정해 학교급식계획의 수립·시행과 급식경비 지원범위, 지원대상의 결정에 관한 서울시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종합하면 오 시장은 지난 1월 '무상급식은 교육감 권한'이라며 대법원에 '조례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냈다. 그리고 주민투표를 실시해 교육감 권한인 무상급식을 막겠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주민투표를 실시해 승리한다 하더라도 교육감의 권한인 무상급식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해 법적 권한 문제를 공식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은 "학교 급식에 관한 정책은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로 결정 권한이 교육감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오 시장의 주장과 일치한다. 투표 내용을 보면 어찌됐든 2014년에는 무상급식이 실시되는 구조다. 적어도 오 시장의 임기 내에는 무상급식이 실시되게끔 되어 있다.
굳이 법원의 판단을 구하지 않더라도 주민투표로 바꿀수 있는 현실은 없는 셈이다. 결국 오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각종 소송과 세금만 낭비하고 '헤프닝'으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
현석훈 기자 radio@vop.co.kr 입력 2011-07-22 14:47:19 / 수정 2011-07-22 14:51: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