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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한 끼에 담긴 지역의 현재와 미래


학교급식은 지역의 교육자치와 행정자치, 시민사회가 맞부딪치는 정치 공간이다. 충남 홍성군과 강원도 횡성군의 학교급식지원센터 모델은 급식 한 끼를 제대로 만들려면 좋은 협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411호] 승인 2015.08.03  09:13:00    정은정 (농촌·농업 사회학 연구자)



2009년, 공전의 히트를 친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성질 고약한 이순재(이 드라마에서는 극중 이름이 출연자들의 실제 이름과 같은 경우가 많았다)는 식품회사 사장이었다. 이 업체에 급식을 위탁하는 학교의 교감, (지금은 고인이 된) 김자옥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다. 계산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져 매일 실수를 저지르는 사위 정보석은 낙하산 부사장 역할이었다. 그런데 정보석에게 전화위복의 기회는 엉뚱한 데서 온다. 위탁급식 업체를 운영하는 이순재의 회사가 ‘직영 급식’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극중 이순재가 ‘다들 직영을 하니까 우리도 대책을 세우자’는 식으로 말하기도 한다), 정보석이 자신의 이름을 딴 ‘보석비빔밥’으로 대박 상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드라마가 방영되던 시기가 직영 급식의 전환 유예기간 마지막 해였다.

급식에는 다양한 주체가 얽혀 있다. 당사자인 학생, 수익자인 학부모, 실제로 급식 현장에서 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영양(교)사와 조리 종사원, 생산자인 농어민, 그리고 수많은 ‘순재씨’, 즉 유통업체까지. 그리고 학교급식은 지역의 교육자치와 행정자치, 민간(시민사회)이 맞부딪치는 정치 공간이기도 하다. 학교급식의 메뉴를 짜는 데에는 다양한 주체가 얽혀 있으니 그만큼 이해관계도 다르고, 주체끼리의 충돌 가능성도 상존한다.

학교급식에서 다양한 주체들의 이해를 조율하고 묶어내는 테이블이 바로 ‘학교급식지원센터’다. 학교급식지원센터는 “시장·군수·구청장이 관할 지역에서 생산된 우수 농산물이 학교에 원활히 공급될 수 있도록 현물(농산물)이나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운영체계”로 정의되지만 실제로는 그 양상이 좀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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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혜 그림


각 집안의 밥그릇 사정이 다르듯 지역마다 살림살이의 규모나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같은 학교급식지원센터라는 이름을 달고 있어도 그 운영 주체는 제각각이다. 많은 지자체가 급식센터를 설립하면서 “원래 농산물을 처리하던 조직이 농협이니 관행적으로 농협에 그 운영을 맡기겠다”라고 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급식센터 운영을 잘 해내는 농협도 있지만, 농협이라는 존재 자체가 신뢰를 잃은 농어촌도 적지 않은 데다 운영 역량이 달리는 곳도 많다. 농민 위에 ‘군림’하려는 듯한 농협의 태도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산자인 농민들을 학교급식의 핵심 주체가 아니라 단순한 식재료 공급자 구실로 한정 짓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학교급식지원센터라도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없는 곳에서는 각 학교가 알아서 해야 한다. 전국의 절반 이상 학교가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을 통해 급식 재료를 조달한다. eaT의 경우 한국농수산유통공사가 ‘나름’ 심사한 급식업체를 등록해놓으면, 학교의 영양(교)사가 개별 발주하는 체계다. 그 업체들은 전국 팔도를 다니며 식재료를 매집하는 일종의 유통업자다. 게다가 eaT의 경우 사후적으로 식재료 안전검사를 하지만 급식센터 시스템은 아예 사전에 식재료 검사를 해서 학교로 배송한다.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관’에서도 식재료의 안전관리 측면에서는 eaT보다 낫다고 인정한다(감사원 2014년 보고서). eaT는 87.745%라는 낙찰 하한가가 정해져 있지만 여전히 질보다는 양에 힘을 싣는 ‘저가 낙찰’이 기본 운영체제다. 무엇보다 지역의 예산으로 유지되는 학교급식인데도 지역산 식재료를 적극 수용하지 못하는 점이 한계다.

그런 맥락에서 충남 홍성군과 강원도 횡성군의 학교급식지원센터 모델은 주목할 만하다. 타 지역의 급식센터나 eaT와의 가장 큰 차이는 학부모와 영양사, 교육청, 공무원이 모여서 ‘식재료 조달지원체계’를 구성한다는 점이다. 기존 학교급식 납품업체인 ‘순재씨’들도 배제하지 않는다. ‘순재씨’도 결국 지역의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선 물품 선정, 후 메뉴 작성’의 장점

해마다 12월에 모여 안전성 검사까지 담보한 물품을 선정하고, 매달 각 학교로 ‘조달 가능한’ 물품 리스트를 보낸다. 물품 리스트를 보고 영양(교)사들은 식단을 짠다. eaT는 영양(교)사들이 메뉴를 먼저 짜고 가능한 품목을 동원하는 방식이라 어디에서 무엇을 동원하든 한 그릇 뚝딱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식재료의 제철성과 신선도, 지역성을 살리는 데에는 홍성과 횡성센터를 따라갈 수 없다. 홍성 사람이 ‘홍성 테이블’에 모여서 물품을 선정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로컬푸드를 우선시하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 학생들에게 한 끼를 먹이는 거야 전국 공통의 과제지만 ‘무엇을’ ‘어떻게’ 먹일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에는 머리를 맞대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가장 결정적 차이다. 급식 한 끼를 제대로 구성하려면 좋은 협치(거버넌스)가 필요하다는 것을 홍성과 횡성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아무리 돈이 많은 지자체여도 ‘협치’의 의미와 묘미를 알지 못하면 이 모델은 실현하기 어렵다. 급식정책에서 각자도생의 감각만 도드라지는 대구나, 급식이 시민운동의 성과라는 점을 무시하고 이를 중앙정치 진출의 교두보로만 여기는 듯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해내기에는 쉽지 않은 모델이다. 그러나 지역 학생들에게 무엇을 먹일 것이냐를 결정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은 지역의 현재는 물론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므로 어렵지만 꼭 해야 한다.

이 연재의 마무리 원고를 쓰는 와중(7월14일)에 인천시의회는 강화군 중학교 1학년생의 무상급식 예산 47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도시의 원룸 전세비도 안 되는 액수의 예산을 줄여 아이들한테 밥 한 끼 못 주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런데도 급식이 정치가 아니라고 강변할 수 있을까? 오히려 먹는 일이란 가장 치열한 정치 행위다. 학교급식은 여전히 싸워서 얻어내야 할, ‘뜨거운 식판’이자 ‘뜨거운 한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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