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급식 대못', 아이들에게 직접 물었다


[서리풀 연구通] 저소득층 어린이들이 생각하는 학교 급식


기사입력 2015.03.26 09:31:02 | 최종수정 2015.03.26 09:31:02 | 서상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상임연구원 | tyio@pressian.com


최근 홍준표 경상남도 지사가 학생들의 무상 급식 중단을 선언했다.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린 시절 집안이 가난해 도시락을 싸가지 못해서 수돗물로 배를 채웠다는 이야기는 도대체 왜 꺼냈는지 모르겠다. 나처럼 수돗물 먹으라는 소리인가?

전국적으로 비난과 비판이 쇄도하는 가운데, 특히 경남 지역 학부모들의 반발이 눈에 밟힌다. 아이들의 '교육'에 밥을 먹는 것도 포함된다는 사실은 서울시에서 선거까지 치르며 확인한 사회적 합의였다. 물론 학교나 교육의 역할, 그 안에서 학교 급식의 의미에 대해서는 여전히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당사자인 아이들의 목소리이다.

2014년 <비판사회정책> 제 45호에 실린 논문 "저소득층 아동의 '밥'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 : 결식 경험을 중심으로"에서 우리는 아이들의 생각을 일부 확인해볼 수 있다.

이 연구는 지방 중소 도시 C시의 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8명의 초등학생과의 심층 면담, 관찰을 통해 아이들이 생각하는 '밥'의 의미를 이해하고자 했다. 연구에 참여한 어린이들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한 명이었으며, 극단적인 굶주림을 겪는 아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챙겨주는 어른이 없어서 굶거나 스스로 챙겨 먹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아침은 굶고, 점심은 학교 급식을 먹고, 저녁은 지역아동센터에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이들은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가는 양육자가 먹을거리를 챙겨두는 경우에도, "혼자 먹는 밥"은 "외롭고 쓸쓸해 맛없다"며 그냥 굶기 일쑤였다.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집 밥'은 그냥 한 끼가 아니라, 총체적 박탈 경험으로 나타났다.


연구가 이루어진 C시는 농림축산식품부의 급식 정책 방향에 따라 2011년부터 초등학교 전면 친환경 무상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긍정적 경험으로 학교 급식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집 밥'과 달리, '기다려지고 맛있는 학교 급식'인 '학교 밥'은 "편안하고 즐겁게 함께하는 점심 시간"을 경험하게 해 주었다. 아이들은 시의 정책에 따라 무상 급식이 시행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무상 급식이 시작된 이후 학교 급식이 "돈을 안 내서" 절차와 마음이 "편하고 좋다"고 이야기했다.

이 연구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밥'이 먹을거리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영양과 심리적으로 안정된 식사 환경을 제공해주는 학교 급식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남에서는 우리 아이가 '가난 인증'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며 울분을 토하는 학부모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급식비를 누가 낼 것인지를 두고 어른들이 다투는 모습을 아이들은 고스란히 보고 있다. 이 논문에 등장한 아이들과 또래이면서 비슷한 가정 형편에 처한 경남의 아이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이들이 따뜻한 밥 한 끼를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학교도 만들어주지 못하면서, 무슨 저출산 대책을 논한다는 말인가? 


*참고 문헌
 서상희·정진주, 2014, "저소득층 아동의 '밥' 경험에 대한 질적 연구 : 결식 경험을 중심으로", <비판사회정책> 45, 194-229.


서상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상임연구원 (tyio@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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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따라가기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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