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구 모 초등 최대 17% 인상…학부모, 울며 겨자 먹기 동의
- 서울은 단가 상·하한선 심의
- 부산은 "1, 2년 뒤에…" 둔감
부산 북구 A초등학교 4학년생 딸을 둔 김종연(43) 씨는 최근 급식비를 올리는 내용이 담긴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지난해 한 끼 2140원 하던 급식비를 2400원으로 올릴지, 2500원으로 올릴지 선택하라는 내용이었다. 2400원짜리 급식을 할 경우 비용이 12%, 2500원짜리 급식을 선택하면 17% 오르게 된다. 인건비와 음식재료비가 올랐다는 설명이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많이 오른다 싶어 마음이 불편했다. 왜 이렇게 많이 오르는지부터 따지고 싶었지만 참았다. 가정통신문에 딸아이 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이왕 먹을 거면 조금이라도 맛있는 밥 먹으라고 2500원에 동그라미를 쳤다"며 "서울처럼 무상급식을 못 받는 것도 서러운데 급식비가 이렇게 많이 오르니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학교 급식비가 크게 올라 학부모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초등학교 1~3학년은 무상급식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급식비를 내는 4~6학년생 학부모들은 불만이 높다. 하지만 아이 급식비라 올리면 올리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도리가 없어 속이 더 썩는다.
A초등학교의 급식비 인상률 12~17%는 지난 한 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4%의 3~4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 인상분이 수긍될 만큼 A초등학교의 급식비가 다른 학교에 비해 저렴했던 것도 아니다.
16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지역 초등학교 한 끼 평균 급식비는 2040원으로, 이 학교보다 100원 싼 편이었다. 지난해 가장 비싼 곳은 강서구 B초등학교로 한 끼에 2300원이었다. 학교 위치가 외져 학생 수가 적은 탓이다.
A초등학교가 이처럼 급식비를 대폭 올리려는 시도를 할 수 있는 것은 교육청에서 급식비 상·하한선을 정해두지 않은 탓이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각 초등학교 운영위원회에서 급식비를 정해 시교육청에 통보하면 시교육청은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의 반대가 유일한 저지 수단이지만, 좀처럼 그런 학부모는 나오지 않는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에 항의했다가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해가 갈까봐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학교 정책을 받아들이고 만다"고 말했다.
서울시, 인천시, 충북도 등은 학교급식지원심의위원회에서 급식 평균 지원단가와 지원일수를 심의하고 정한다. 서울시는 지난 1월 15일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마련해 '급식경비 지원 규모 및 내역 등에 대해서는 친환경무상급식지원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시장이 정한다'라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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