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투정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데 학교급식은 도저히 못 먹겠다고 하더군요", "카레가 나왔는데 멀건 국물뿐이라고 하데요",….
지난 13일 부산 D고교가 개최한 학교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쏟아낸 학교급식에 대한 불만들이다.
부산지역 학생, 학부모들의 학교급식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급식의 질이 갈수록 떨어져 한창 자라나는 학생들의 성장은 물론 건강마저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점심, 저녁 하루 두 끼를 학교 식당에 의존하는 상당수 고교생들은 부실한 급식 때문에 공부에 지장까지 받고 있어 이래저래 괴롭기만 하다.
부실한 학교급식은 근본적으로 물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낮은 급식단가 때문이다.
현재 각급 학교의 하루 1끼 기준 한달간 급식비는 5만원 선으로 한 끼 당 2,500원에도 못 미친다. 웬만한 기업체 구내식당이 한 끼에 최소한 3,500~4,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고열량 고칼로리를 필요로 하는 학교급식 단가가 지나치게 낮아 형편없는 급식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어린 학생들은 학교급식이 좋지 못해도 학교측에 적극적으로 시정조차 요구하지 못하는 처지다.
이 때문에 급식단가를 현실화하거나 부족한 급식비를 교육당국이 보조하는 방안 등 근본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또 견적가를 훨씬 밑도는 학교급식 계약관행도 문제다.
부산시의회 전일수 의원이 올 신학기 219개 학교의 급식 식자재 납품 입찰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급식업체에서 산정한 견적가의 90% 이상에서 낙찰된 경우는 44개 학교로 전체의 20%에 그쳐 심각한 급식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계약금액별로는 2,000만원 이하에서는 54.6%가, 2,000만~5,000만원은 78.2%가, 5,000만원 이상에서는 92.8%가 각각 견적가의 90%를 밑돌고 있다.
이는 학교급식 입찰규정이 낙찰 하한선을 계약금액 5,000만원 이상은 최저가로, 2,000만~5,000만원과 2,000만원 이하는 각각 기준가의 87.754%, 90%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 의원은 "조사대상 학교 가운데 시내에서 공동 구매하거나 규모가 큰 학교 97곳이 5,000만원이상으로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하면서 대부분 덤핑 저가낙찰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저가 입찰 규정에 묶여 덤핑이 이뤄지면 저가 식자재 납품 등 급식 질 저하로 이어지는 만큼 어린 학생들이 먹는 급식인 만큼 현실적인 가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입찰규정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급식의 질적문제가 부각되자 부산교육청은 서둘러 저가낙찰 관행을 해소하기 위해 최저가 낙찰률을 낮추고 급식업체 간 어음거래를 규제키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설동근 부산교육감은 최근 부산시의회에 나와 급식 계약금액이 5,000만원 이상이면 최저가 낙찰토록 한 입찰규정을 개정하고 급식 발주 때 식자재를 농산물과 수산물, 축산물, 공산품으로 분리 발주해 계약 기준금액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저가낙찰에 따른 급식업체 간 어음거래도 급식 질 저하의 한 요인으로 보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급식계약을 체결하면서 특약을 넣어 어음거래를 할 경우 상응하는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부산교육청은 최근 각급 학교 행정실장을 대상으로 학교급식 운영 내실화와 급식 질 향상을 위한 학교급식설명회를 갖고 '축산물 등급제와 좋은 축산물 고르는 요령'에 대한 특강과 '청렴도 제고 및 공직윤리 확립'에 대한 특별교육을 실시했다.
또 각급 학교 영양사를 대상으로 식품첨가물 및 유해성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 부산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첨가물 담당연구사의 특강을 갖기도 했다.
아울러 학교급식 기본방향을 교육청 '학교급식정보센터(
http://food. pen.go.kr)'에 올려 일반인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급식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서상교 부산교육청 감사담당관은 "학교급식은 학생, 학부모, 교사, 교직원 등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며 "건강한 급식풍토 조성을 위해 학교급식 담당자 등에 대한 특별교육도 수시로 갖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