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둑에 두줄로 심지 말자~ 양분 나눠 먹잖아. 안 그래도 흙도 안 좋은데….”
“무슨 소리야~ 얘들도 서로 나눠 먹고 살아야지!”
호미와 삽·쪽파를 손에 들고 이 ‘기특한’ 대화를 나누는 이들은 누구일까. 바로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에서 ‘그루터기 텃밭’을 경작하는 대학생들(사진)이다.
이들은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이하 씨앗들)’이라는 프로젝트 동아리의 일원이다. 지난해 고려대 학생 6명이 의기투합해 시작한 작은 프로젝트에 이화여대·서울시립대·서울대 등 다른 학교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동아리 성격을 띠게 됐고, 씨앗들이란 이름도 붙이면서 참여 학생이 50여명으로 크게 늘었다.
학교 공부며 토익·자격증 등 이른바 ‘스펙(구직에 필요한 외적 조건)’ 쌓기에 바쁠 대학생들이 농사일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말 그대로 ‘순수한 열정’에서 비롯됐다. “내가 먹는 음식은 내 손으로 길러 먹고 싶었다” “농사를 지어 보고 싶었는데 방법을 몰라 고민했다. 동지들이 있어 든든하다”는 학생들의 말에선 진정성이 묻어났다.
농사를 처음으로 지어 보는 이들에게 23㎡(7평) 텃밭의 땅 만드는 일이 힘들진 않았을까. 장은상씨(25·고려대 생명공학부 4학년)는 “누가 시킨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만큼 무척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요즘 학교측이 하루아침에 텃밭을 없애진 않을까 노심초사다. 아직 학내 공식 동아리로 등록되지 않았고, 학교측에서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밭을 공식적으로 내어 주지 않았기 때문. 이혜나씨(21·〃 환경생태공학부 2학년)는 “텃밭이야말로 새들도 쉬었다 가는 진짜 자연조경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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